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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도 높은 리튬 배터리...여러 대체 방법 나오고 있어

by 고물맨 2024. 5. 11.

의존도 높은 리튬 배터리...여러 대체 방법 나오고 있어

 

리튬 배터리는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만들 때 물과 에너지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보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대안들도 모색되고 있다.

차량 전기화와 재생 에너지 저장에 대한 의지가 치솟자,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호주의 야라 밸리에서는 리튬을 대신해, 주거용 건물 및 상업용 벤처기업들의 전력 수급을 돕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배터리는 나트륨을 이용한다. 식탁 위 소금에 있는 그 원소다. 이런 나트륨 배터리는 지속 가능한 배터리를 찾기 위한 또 다른 한 걸음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자동차 전기화에 잰걸음을 내고 재생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재활용이 어렵고, 리튬 추출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와 물이 들어간다. 그래서 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발맞출 수 있는 보다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영국의 배터리 기술 기업 ‘파라디온’의 최고 경영자 제임스 쿠인은 “나트륨이 리튬보다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배터리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나트륨은 세계 곳곳에서 구할 수 있어 공급 비용이 저렴하고, 추출할 때도 물을 적게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리튬 1톤을 추출하려면 나트륨 1톤에 비해 682배의 물이 더 필요합니다. 엄청난 양이죠.”

 

파라디온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이미 전 세계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쓰고 있다. 그래서 리튬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EU는 2020년 리튬을 ‘중요 원료’로 지정했다. 리튬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3년 570억달러(76조7220억원)에서 2032년이면 1870억 달러(251조 7020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리튬 배터리의 진정한 대안을 찾으려면, 리튬 배터리가 인기를 끈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리튬 배터리는 보통 수명과 전력, 에너지 밀도, 안전성, 경제성 등이 장점이다.

단점도 많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재활용을 위해 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하려면 액체 상태에서 금속을 분리해야 한다.

 

플로리다 국제 대학 배터리 연구소의 연구원인 아크사 나지르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배터리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만 재활용된다”라고 말했다.

 

칠레와 같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증발 연못을 이용한 리튬 추출 기술은 물을 많이 사용한다. 증발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방출돼 인근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채굴이 유발하는 물 부족은 지역 커뮤니티의 생존도 위협한다. 채굴 지역과 주민 거주 지가 겹치면서 조상 대대로 살던 마을을 버리고 강제 이주해야 할 수도 있다.

 

증발 방식의 대안으로는 호주에서 쓰는 광석 채굴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단점이 있다. 광석 채굴 방식으로 리튬 1톤을 채굴할 때마다 약 15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그렇다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선 나트륨이 리튬을 대체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나트륨 배터리는 산화전극, 환원전극, 전해질, 분리막의 네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전해질은 제조업체에 따라 다르다.

지층에 존재하는 나트륨 대 리튬 비율은 2만3600ppm 대 20ppm이다. 나트륨이 더 풍부한 만큼, 추출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나트륨 배터리의 또 다른 특징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를 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트륨 배터리에선 구리 포일을 알루미늄 포일로 대체할 수 있다.

칠레에서 많이 사용하는 증발 연못을 이용한 리튬 추출은 물을 많이 사용한다

 

호주 디킨 대학에서 전자재료학을 가르치는 마리아 포사이스는 리튬에서 나트륨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이 꽤 저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사이스는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그대로 나트륨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환이 쉽다”고 말했다. “생산량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나트륨 배터리의 또 다른 장점은 운송 시 안전하다는 점이다. 쿠인은 “나트륨 이온 기술의 독특한 특징은 저장 및 운송을 위해 나트륨의 전력을 방전시켜 0 볼트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더 안전한 조건에서 보관 및 운송할 수 있다는 뜻이죠.” 쿠인은 가연성 위험도 낮기 때문에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 배터리에 비해 안전한 선택지라고 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건 단점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입장에서 낮은 에너지 밀도는 차량의 주행 거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리튬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150-220Wh/kg인 반면, 나트륨 배터리는 140-160Wh/kg이다.

 

시카고 대학교 프리츠커 분자 공과대학의 분자공학 교수인 셜리 멍은 이 때문에 나트륨 배터리가 장거리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로도 확장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나트륨 배터리의 충전 가능 횟수다. 현재 나트륨 배터리는 약 5000회를 충전할 수 있고,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일종인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8000~1만 회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재 학계에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3년에 중국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다른 유형의 전극을 사용해 6000회 충전에 성공하기도 했다.중국의 배터리 기술 기업 ‘하이나’는 2019년에 100 kWh 에너지 저장 장치를 공개하며 에너지를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나트륨 배터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이 나는 또한 최근 나트륨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 자동차를 시범 운행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essrecycle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흔히 사용되는 액체 또는 수성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쓴다. 전고체 배터리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해질로는 무기 고체 전해질(산화물 및 황화물)과 전고체 고분자(고분자 염 또는 겔 고분자)가 있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배터리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덴드라이트)이 내부에 만들어지는 위험이 줄어든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는 인화성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충전 속도도 더 빠르다.

하지만 멍은 전고체 배터리는 나트륨 배터리보다 확장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나트륨 배터리는 비용이 저렴하고, 현재의 리튬 배터리 생산 공장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죠.” 2020년 계산 모델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제조 비용은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 비용보다 높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내구성이 뛰어난 고체 전해질을 찾는 것이 필수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상적인 고체 전해질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솔리드 파워’는 최신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0~100% 더 높은 황화물 전해질 기반 배터리를 설계했다. 솔리드 파워는 전고체 기술을 확장해, 2028년까지 연간 80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배터리의 우수함을 좌우하는 요소는 수명과 전력, 에너지 밀도, 안전성, 경제성 등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박막 형태로 상용화되어 있다.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홈 보안 시스템, 스마트 조명과 같은 “사물 인터넷(IoT)” 장치에 사용된다. 또한 고관절 임플란트 장치 같은 의료 기기에도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배터리는 작은 장치에는 사용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에너지 저장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멍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전고체 배터리는 IoT와 웨어러블에 적합합니다.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전고체 기술이 되려면, 테라 와트시(TWh)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해야 합니다.”

리튬-황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슷한 구성이다. 리튬은 배터리의 산화전극에, 황은 환원전극에 사용된다. 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환원전극에 니켈, 망간, 코발트(NMC)와 같은 희토류 광물을 사용한다.

 

황은 니켈, 망간, 코발트보다 더 풍부한 광물이다. 추출 과정에 자원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또한 천연가스 처리 및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보다 폭넓게 사용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로 인해 향후 수십 년 동안 황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연간 860만 톤의 황을 생산한다.

 

이 배터리는 리튬도 쓰지만 황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잠재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아크 샤의 주장이다. “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주로 전력 저장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에는 모바일에도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만큼, 리튬-황 배터리는 생산도 비교적 쉽다. 나지르는 “동일한 생산 공장에서 만들 수 있어, 새로운 시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지르는 리튬-황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기능적으로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황은 전자를 더 많이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리튬-황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9배에 달하죠.”

그러나 이러한 배터리는 충전성이 좋지 않다. 덴드라이트 같은 물질이 생성돼, 단락과 배터리 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 배터리는 50회 정도만 충전할 수 때문에 아직 전기차 같은 곳에는 사용할 수 없다.

 

리튬-황 배터리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더 가벼우면서도 1회 충전으로 전력 제공 시간이 긴 배터리가 필요한 장비에 쓰인다. 2020년 한국의 ‘LG화학’은 리튬-황 배터리로 구동되는 드론 시범 비행에 성공했고, 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 주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두 배 정도 성능이 더 좋은 리튬-황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독일의 배터리 스타트업인 ‘테온’도 리튬-황 배터리를 전기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직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장점을 가진 배터리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사이스의 지적처럼, 이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포사이스는 “모든 배터리의 리튬을 교체할 필요는 없다”며 “필요한 것은 배터리 기술을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 모든 걸 대체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곳에 쓸 수 있는 여러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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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우디아 
  • BBC NEWS 2024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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